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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안선웅  2015-06-27 05:04:41, 조회 : 1,346, 추천 : 37

내 나이가 어때서
내 처지가 어때서

--- 같이 회사생활을 하다  서초동에서 작게 사업을 시작한 선배가 있다. 회사 다니며 사업을 시작했고, 겸업을 하며 회사를 그만 둘 시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나는 회사 그만 두시기 전에 해외 여행이나 다녀오시라고 추천했는데.  오히려 그런 혜택을 볼 염치가 없다고 회사 그만 둘 시기를 앞당길 정도로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 형의 나이가 나보다 10살 가까이 많고 그 형수는 나보다 1살 적으니. 1년 모자란 띠동갑 부부.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작업장을 겸한 그 집 마당에는 당시로는 천만원이 넘는 다는 소나무도 있었고.. 고기도 구워먹고. ..

그 집에 놀러 갈 때면 아이들 데리고 가기가 미안했다..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사고 차를 살 때도 같이 사고 하였는데... 그 집엔 애가 없었다.  병원에도 여러번 다녀 보았지만.

진심으로 진심으로 양자를 들였으면 하였으나  그 말을 하지는 못했다.

늘 거침없이 표현하는 나였지만,  딸 아들을 둔 내 처지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알았다.  같은 처지가 아니라면 말을 말아야 한다. 아무리 진심이어도. 안된다.


87년 6월은 ‘6.10 총궐기 가자 시청으로’ 그리고 6.29 선언이 있었다.
이후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런 내용이 방송될 수도 있단 말인가.. 괜찮을까 방송사.

그때  하숙집은 신입생만 7명이었다.  팔도에서 모였고 과도 다 틀렸는데...

주류는 당연히 ‘가자 시청으로’였고,
함께 가지 못한 친구들은 적어도 미안해 하거나, 위축되었다.  

다들 2인 1실(월 12만원)인데 혼자 독방(월 20만원)쓰던 부산애가 빠졌고,
열심히 회계사 준비해 결국 3학년에 합격한 경주 친구도 빠졌고 ...
그래도 그들은 눈치 보며 조심하는 예의는 지켰는데 - 적어도 겉으로는 -,

  아주 당당하게 자기 길을 가던 친구는 의외로 광주 애였다.  

자기 공부만 하던 그 친구 말.
‘니들 광주 얘기 그리 쉽게 하지 마라.’  

그 친구에게 주류의 당당함을 보일 수 없었다.
당당한 논리도 너무도 당연한 시대의 의무도 한마디 꺼내지 못했다.

어린 초등학생때 총알이 방문을 뚫고 들어온 것을 직접 경험한 그 친구.

맨날 정글을 헤매는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겪어 보지 못했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내 아버지께서 나의 지경을 넓히시는 것일까.

내 처지가 어때서
보통 그럴 처지가 아닌데 하면.  
형편이 부족하고 넉넉하지 못해 남을 돕거나 뭔가를 주지 못할 때 쓰는 말 일텐데.

이제 거꾸로 써야지.
테레사 수녀와 이태석 신부.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은. 진정한 위로가 되는 것은 상대방과 같아지는 것이다.

‘내려 놓은’ 그 훌륭한 선교사님보다
내가 나음은 나는 그들과 같아지기 위해 뭔가를 내려 놓아야 할 것도 없는 똑같음이기에다.     아닌가 아직도 여전히 가진게 넘 많은가.

솔로몬의 전도서는 가라.  
넌 다 가지고서 다 해보고서 그런 얘기를 하니 들으면 화난다.
아버지 나도 솔로몬처럼 일단 가져보고 누려보고 하고 따진 적도 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젊은 날 어느 정도 같은 경험은 하게 하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주시지 하며...

평생 솔로몬의 그 무의미를 길게 경험하며 거듭 고백할 필요는 없을 듯.  


무화과 잎이 마르고 포도 열매가 없으며..

누가 현대 성경으로 삶의 성경으로 바꾸어 주실까요.

취직도 안되고, 버는 돈도 쥐꼬리 보다 못하고.  아이들도 공부 안하고  속만 썩이고..사는 하루하루는 고단하고.  앞은 안 보이고..

답답한 하루 하루를 그대로 적으며..

그럴 듯한, 번듯한, 내세울 만한, 밀리지 않는, 부러울 것 없는, 큰 소리 치는
처지에서

그 반대로 제 지경을 많이 넓혀 주심을 감사합니다.

주인공만 하지 않고
저 전봇대 하겠습니다. 지나가는 행인 3 하겠습니다.

보내신 자리가 내 지경을 넓힌 자리요.
진짜 그럴 수 있는 처지입니다.

박완서님의 글은 저에게 참 큰 위로였지만,
그 아드님까지 잃고 겪으신 참담함을 쓴 글은
천재성만으로 할 수 없는. 직접 경험하신 분만이 나누어 주실 수 있는
위로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 지경은. 제 처지는 아직도 한참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더 가질 엄두는 못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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