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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안선웅  2015-09-07 05:01:57, 조회 : 1,524, 추천 : 61


군대에서 아주 흐뭇하게 보던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 제목은 생각이 안나고 최수종(귀남), 김희애(후남), 채시라가 나왔고 뭐 내용은 아들 딸 심하게 차별하는 얘기였던가....

아무튼 그 드라마가 내 눈에 들어 온 건. 고향을 생각나게 해서였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던 어떤 아저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던 백일섭씨의 연기.  내게는 따뜻함이었고 구수함이었다.  

조정래씨의 소설에서도 그 비슷한 고향의 냄새를 느낀다.  
삶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도 하게 된다.  

또 비슷한 연배의 작가들이 쓴 소설을 보며, 처음엔 열등감도 느꼈지만
시기 질투는 안한다. 나에겐 아예 엄두가 안나는 영역이라.  

오히려 그들의 생각과 고민과 감정 들에 공감되는 맛이 더 크다.  때론 감탄도 하고.

역광을 받으며 조용히 젓가락을 부딪치는 여자의 얼굴선이 잎사귀 속의 잎맥처럼 가녀렸다.  ... 흰 깃털 하나 떠도네. [전경린]

투명하게 비치는 잎사귀 속 잎맥.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한 표현이다.

아무리 뛰어도  언제나 부족하고 무능했다.  노력은 추상적인 것이고, 직접적인 것은 늘 상품이었다.   .. 소유는 일회적으로 충족된 뒤에 이내 권태로 이어지며 권태는 더 비대한 결핍을 생산한다....
. 흰 깃털 하나 떠도네. [전경린]

더 비대한 결핍 . 이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가.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늘 따져 보고 싶은 말씀인데. 게을러서. 시간은 많은데. 게을러서. 미루어 두고 있는 많은 숙제 중 하나인데...  접근하고 있는 듯. 나도 모르게.

“ 금메요, 사시사철 쌀밥만 묵는 놈은 쌀밥 맛난지 몰르드라고 우리야 맨날 이 속에  묻혀 산께 벨라 존지도 몰르고 사는구만이라” ...한강...[조정래]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우리 어머닌 이렇게도 말씀하셨다.
“호강에 되받혔는 갑다.”

나보다 훨씬 더 호강에 강하게 되받힌 우리 애들을 볼 때 이해가 안간다.
   아니 화가 나다가  생각한다.

  아 이 놈들이 쌀밥 맛난지 모르는 거구나.

다가오는 추석.
한 살 많지만 같은 학년이라 한번도 누나라 하지 않은 외사촌에게 들은 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어려서도 고개 끄덕이고 공감했다.

과일도 음식도 손만 뻗으면 널려 있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안듣고
간섭도 안받고 마음껏 뛰놀기만 하는 추석이었으니.

그런데 사시사철 한가위 같으면 그 맛을 모르게 되리라. 호강에 되받혀.

그리하여 우울해지고 허망하여지고. 사는게 사는 것 같지 않고.

호강에 되받혀 집을 나간 둘째는
  크게 흉년이 들어 궁핍한지라. 비로서......

호강에 되받혀 집에 있는 첫째는 ... 계속 툴툴 거리고.

그래서 그러셨나. 바닷속에 계속 돌아가며 소금을 쏟아가는 맷돌처럼.

예수님도 계속 오병이어 . 칠병이어 안하시고.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하신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는 태평가는 정녕 인간을 모르는 미련한 기도이던가.  


이창균
"소유는 일회적으로 충족된 뒤에
이내 권태로 이어지며
권태는 더 비대한 결핍..."

잘 읽었습니다.
2015-09-12
11: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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