Ξ 죽전남포교회는 흐르는 물이고 싶습니다 Ξ
 
  HOME > 나눔 > 교회소식
 

 로그인  회원가입

도봉산 오봉의 기억
안선웅  2015-11-08 23:51:53, 조회 : 1,129, 추천 : 53


‘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면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  

  아니 존경하는 분의 말처럼 웬수가 되나.

서로의 콩깍지가 아직 덜 벗겨질 때 쯤... 도봉산에 올랐었다. (북한산인가)    우이봉쪽에서 약간 길을 벗어나 오봉(다섯 봉우리)쪽으로 갔다.

갈수록 길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도무지 뒤돌아 가는 법이 없는 고집이 계속 전진을 했다.  

가뜩이나 겁이 많은 아내가 벌벌 떨며 주저주저했고.  사실 아래쪽은 아찔한 절벽이었다. 나는 바위의 아래쪽으로 가 손으로 발을 받쳐주어 간신히 오봉으로 건너 갔으나....

보이는 건 밧줄 타는 사람들 뿐이고.... 장비없는 초보는 둘뿐이었다.

도저히 갔던 길로 돌아올 자신이 없다. 그나마 갈수 있는 길. 길 아닌 길. 무성한 풀잎을 헤치며 내려오다 보니 군대시절 유격장이 나왔다.  

보초를 서던 어리버리한 군인이  "충성" 하고 경례를 한다.  머리가 짧아 사복 입은 장교인가 했던 모양이다.

삶을 살며 가끔 그 경험을 떠 올린다.  오봉에서의 경험.  

내가 더 험한 곳. 위험한 곳. 어려운 곳. 낮은 곳에 가서 발을 받쳐 주면 같이 가는 동행에게 도움이 된다.

아무리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어도 같은 처지가 아니면 안 통하는 경우가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 것은 내가 겪은 아픔, 어려움, 슬픔을 동일하게 혹은 더 아프게 겪어온 사람이 옆에 있을 때다.  

수레 앞에 버티고 선 당랑(사마귀)처럼 거대한 산봉우리에게 감히 덤벼본다.

박완서님의 소설 [도둑 맞은 가난].  제목 부터가 참 좋았었다.. 여러 가지 생각도 하고 느끼고.... 하지만 몇 년 지나 다시 생각해 보니.

가난은 흉내는 내도 도둑 맞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  
가난 속에 담긴 도저히 도둑 맞은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위로이다.  

가난한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  동정의 수혜자가 아니라  위로의 수여자가 된다

가난에 담긴,  결핍에 담긴,  실패에 담긴,  부끄러운 현실에 담긴  그 보배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그게 뭐냐고요?

그래서 일찍이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겪어 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어.  니들이 게맛을 알아.  말로 설명할 수는 없고. 직접 먹어 봐야 알 수 있을 뿐...

어려서 자주 부른 찬송과는  또 다른  맷돌이야기.  
두 사람이 같이 맷돌 갈다가.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남았다.

한 사람은 칭찬 받고 축하 받고 정말 대단하다며 기뻐하지만,...  
남겨진 한 사람은 스스로 민망하고 애써 태연하려 하고.  
그저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있기 위해  정말 많은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남겨진 그가 가진 것이 결코 더 적지 않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하신 그 복이...어쩌면 쉽게 생각하는 그 복이 아니었으리라.  

아브라함과 그 아들. 그 후손. 그 민족. 그 나라의 역사 어디를 봐도.... 맷돌 갈다 먼저 손 털고 좋은 자리에 간 그런 복이 아니었다.  개고생이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임마누엘. 성육신.
등고선으로 본다면  가장 넓게 차지하고 가장 낮은 곳을 나타내는 선.  
그 낮은 선까지 오심이  임마누엘이었다.

젊은 날에 성공해서 많은 돈을 번 사람이 나에게 펜을 선물하며 말했다.  
“우리 같이 이 몽블랑. 정상에 섭시다” 하길래  삐딱한 나는 한마디 했다.
“정상은 좁은데요. 다 같이 서기엔”

모세의 양똥치기 사십년. 요셉의 노예생활 감옥생활 십여년.  
이게 아닌데 하며  술 맡은 관원장만 기다렸는데.
“아니 너 왜 여기있어”하며 찾아올...  

기다리다 보니... 이 자리가 내 자리인 모양이다.
등고선의 가장 낮은 자리에 보초 세우시면. 서야지. 늠름하게.

오봉에서 마누라 받쳐 주었듯 비슷한 곳 지나는 사람들 발도 받쳐 주고 손도 잡아 줄 수 있다면...

그냥 계속 남아 맷돌 돌리려네.
    


이을숙
멋지다...
등고선 가장 낮은자리에서 맷돌 돌리기..
나도 한번 해봐야겠음...흉내내기...
2015-11-14
22:10:16

 


  추천하기   목록보기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