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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안선웅  2016-05-13 06:00:25, 조회 : 1,450, 추천 : 122

화성 율암 온천에 갔다.   주차장을 증축하는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거리도 가깝고 한적해서 좋았다. 불가마도 있고.  

둘째 솔원이가 따라와 동생을 책임져 주니 아버지를 목욕시켜 드리는 것이 수월했다. 온천 싫다고 하는 고 2 아들놈을 욕하고 윽박지르면서까지 끌고 온 마누라가 고마웠다. 다들 공부 공부 하는데.  

목욕을 마치고 나와 옷을 입으려는데,  덩치가 큰 어른 아이가 체중계에 올라가 있고  그 옆에 초로의 아버지가 구십 몇 키로 하고 얘기했다.  아이와 발씨름을 하고 아이의 힘에 밀려 넘어지면서도 흐뭇해 하는 그 얼굴.  아이는 아니 그 청년은 아빠 일부러 져주었지 하고 아버지는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했다.

처음엔 할아버지와 손자인가 싶을 정도로 아버지의 나이가 지긋했다. 나는 순간 그 빌어먹을 못된 그리고 못난, 그리고 그 부자에게 아주 미안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내 머리 속을 저지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의 아버지께도 너무 죄송한.

나의 이 고생-고생도 아닌데-은 계속 되지 않겠지만, 저 분의 짐은 계속되겠구나.

아들이 장성하면 아버지가 짐을 덜게 되는데. 저분은 눈을 감을 때까지 자식 걱정하시겠네.   그런데도 그 얼굴에 수심은 없고 웃음이 피어난다.

순간 며칠동안 생각하고 있던 가시고기가 생각났다.  
  
- 가시고기 암컷은 알을 낳고 진이 다 빠져버려 맥을 잃고 몇 시간 안에 죽어 버린다.   이제 수놈이 알을 책임져야 한다. 일주일 후에 알이 깨일 때까지 아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입과 가슴지느러미를 흔들어서 물의 흐름, 수류를 일으킨다. 수정란이 커가는 데 해맑은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잡아먹으려 드는 놈들을 막는 것도 힘이 든다.

새끼들이 나올 즈음이면 수놈의 몸은 마를 대로 마르고, 기운도 달리고 다리도 풀린다. (물고기에 다리?)  혼인색도 퇴색하여 수놈은 형편없는 몰골로 산란장 근방에서 죽고 만다. 새끼들은 일주일 전에 종명한 삭아 문드러진 어미살과 여태 심장의 피가 식지 않은 아비의 살점....  아무래도 먹힐 몸이라면 자식에게 주는 것을 바랐을 것이다. [권오길 교수가 들려주는 생물의 섹스 이야기] 중

가시 고기뿐이랴 수 사마귀가 암 사마귀에게 먹히는 것도. 거미도 그런 종족이 있다던데.  검은 과부 거미인가.  결국 자식에게 가는 영양분이 되는 것일 터.

언제까지 고달프게 일해야 하나.
나이 사십까지만 일하고 쉬라던 마누라는 솔민이 태어나고 일하는 것을 연장하라고 했다.

고 2인 솔원이가 대학가면, 시골로 가려던 꿈은 솔민이 덕분에 아득해졌다.
그래도 솔민이를 쳐다 보면 기분이 좋다. 이건 부성이 아니다. 가시고기에게 부성애니 뭐니 하는게 아니라 본능이라 하는 게 맞을 듯하고. 내 눈에 씌어진 콩깍지도 그러하고. 온천에서 만난 그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도 그러하다. (죄송합니다.)

인간의 노력이나 의지가 아니고 저절로다. . 계산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생각하지도 않고  당연해서 하는 것이다 좋아서 하는 것이다..

가시고기는 일주일간 죽어라 고생하고 죽어 살점 내어 주면 되지만, 애들이 커가는  십년 동안 어쩌면 미련한 나는 -  하나님이 씌워 주신 콩깍지 - 혹은 과학적으로 저 유전자 깊숙이 설계된 그대로 그리 살아간다.

건강 검진 받고 t- 콜레스트롤인지 뭔지 높다고 나왔다. 몰래 버린 진단서를 아내가 찾았고 병원가자고 난리다. 애들도 엄마에게 시끄럽다. 아빠 신경 쓰라고. 이 놈들은 내가 오래동안 건강해서 자기들을 위해 고생하길 바란다. 아 가시고기가 부러워라.

가끔 현명한 사람들이 얘기한다. 애들 인생은 애들 인생이고, 자기 인생 즐겨라. 하지만 어디 그게 말대로 되나.

가시고기나 인간인 나나.
하나님의 창조된 섭리 안에 있을 뿐이고.  

나의 가시고기 같이 미련한 행동은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이는 작은 힌트였을까,

자기 자식만 물고 빠는 것이 아닌.
본래 창조된 그 영화로운 본성. 하나님의 이미지는
이 미련하고 계산 없는 사랑이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이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 교회에도 계시네. 못하는게 없는 맥가이버 집사님.
교회 아이들 데리고 요리해 먹이고 민속촌 가고.  공작 시간도 갖고..
감히 쳐다 보지 못할 높은 나무.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계명은
원래 창조 되었던 그 아름다운 능력은  
아담의 범죄로 타락하여 사라졌지만,
자식에게 한정된 채로도 흔적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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